2022년 3월 23일, 놀이를 탐구하고 기획하는 그룹 <놀사람>의 다움,하륜,비누 3인을 만났다. 놀사람의 다움,하륜,비누는 평소 즉흥춤 혹은 움직임 활동에 관심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만큼 “‘넘어지기’라는 키워드로, 함께 퍼포먼스(혹은 움직임) 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요청했다.
온라인 미팅으로 한시간여 동안 넘어지기에 대한 키워드를 공유하고,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아래는 해당 미팅의 속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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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사람>의 공식 sns 계정. 2022년 03월 29일.
*<놀사람>에서는 각자가 정한 이름대로 서로를 호명하는 문화가 있다. 따라서 ‘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화에 함께 참여하였다.
다움: 처음에 1,2,3,4번을 봤을 때는 저의 맥락이겠지만, 너무 공감이 됐다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이 있었어가지고. 저는 계단 내려가는 것도 너무 무서워했었거든요? 그거에 대한 방법을 찾고 그랬었어요. 어떻게 하면 안무섭게 내려갈 것인가. 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데 사실 눈은 위에 달려있잖아요. 근데 계단을 내려가면 수직낙하할 것 같은.
종이가 ‘넘어지기’에 대한 텍스트를 제시한다 했을 때, 우리가 각자 움직이는 퍼포먼스가 생각이 나서 잠시 상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륜: 그냥 궁금한건데요. 종이는 넘어질까봐 걱정하는 감정대로 넘어진 적이 있었나요?
종이: 네 초등학생 때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다니던 학교가 언덕 위에 있었어요. 아주 가파른 언덕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언덕을 올라가면서도, 내려가면서도 아 여기서 다리에 힘을 조금이라도 풀고 헛딛으면 바로 자빠질 것 같아. 라고 생각한. 그런데 어느날 그 걱정대로 (하교하던 중) 자빠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에 아픈 것보다 먼저 뭔가 엄청 창피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건 주위 사람들이 엄청나게 쳐다보던 시선. 또 나와 같이 학교를 다니던 또래친구들의 시선. 그래서 왠지 담담하게 일어나야만 할 것 같아서... 의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서서, 저 멀리 날아간 안경을 주워쓰고 집으로 씩씩하게 걸어간 기억이 나요. 아프지 않은 척...
비누: 이 작업을 통해서 연구라고 한다면... 연구, 말하고 싶은 것... 뭔가 그런거를 찾아내고 싶어하는 건가요?
종이: 음... 요즘 작업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느낌? 사회적인 맥락과 나를 억지 연결시키는 것. 또 작업을 계속 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일단 감각적으로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것을 하고싶어요. 저는 ‘넘어진다’ ‘넘어지기’ ‘쾅’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되게 감각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륜: 김하온*의 <붕붕>이 떠오르네요. “떨어져도 밑에는 바다 아니면 쿠션.” 이런 가사가 있거든요. 저도 실패하는걸 두려워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실제로 ‘떨어지는’걸, 받아들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러고나니까,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넘어져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경험. 우리가 옛날에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책 읽었을때, 떨어지기 직전의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그거(작업)** 있었잖아요. "자빠진 이후에는?" 이 문장에서 그 뒤가 어떨지에 대한 궁금함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래퍼.
** 박보나의 <태도가 작품이 될 때>16-17p 중. 바스 얀 아더르, <낙하2 Fall2>(1970). 떨어지기 직전의 찰나의 순간을 필름과 비디오로 기록한 작업을 ‘놀이를 향한 자유의지’와 함께 언급하였다.